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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정의의 실종과 행정 해태의 극치: 수서경찰서 '5년 만의 늑장 송치' 사건이 남긴 과제
서울 수서경찰서가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 고소장을 접수한 지 5년 만에 사건을 검찰에 뒤늦게 송치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2021년 고소장 접수 이후 무혐의 처분했다가 고소인의 이의신청으로 수사를 재개해 2022년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고도 4년 넘게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방치했습니다. 결국 공소시효 만료를 불과 한 달 앞두고 긴급 재송치하였으며, 경찰은 전산망 오류와 담당 수사관의 실수가 겹쳤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서울 수서경찰서는 담당 수사관에 대한 즉각적인 감찰에 착수했습니다.
1. 5년의 기다림과 사법 지연: 피해자의 눈물을 외면한 공권력
사법 절차의 핵심은 신속하고 공정한 진실 규명에 있다. 그러나 이번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발생한 초유의 수사 방치 사건은 사법 정의의 기본 전제를 정면으로 훼손하였다. 고소인은 지난 2021년, 회원권을 결제한 네일숍 지점들이 일괄 폐점하는 과정에서 환불 안내 등 기본적인 소비자 구제 절차를 받지 못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국가 공권력의 문을 두드린 고소인은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으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무려 5년이라는 침묵의 세월이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사건 처리 지연을 넘어 민생 범죄에 대처하는 일선 경찰의 안일한 태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수사 기관의 지체는 곧 피해자에게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가중하는 제2의 가해와 다름없다. 고소인은 2021년 고소 이후, 각하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을 직접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권리 구제를 도모했으나, 경찰은 국가가 부여한 수사권의 책무를 방기한 채 사건 기록을 캐비닛 속에 사장해 두었다. 이로 인해 피고소인에 대한 적절한 사법 단죄는 물론, 피해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마저 속절없이 흘려보내고 말았다.
2. 보완수사 요구의 블랙홀: 4년간 방치된 검경 공조 시스템
사건의 진행 경과를 살펴보면 경찰 행정의 난맥상이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경찰은 고소인의 이의신청 이후 수사를 재개하여 2022년 4월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다. 그러나 검찰이 곧바로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반환한 직후부터 기이한 행정적 정체가 시작되었다. 경찰은 검찰의 요구를 전달받고도 무려 4년이라는 상상하기 힘든 기간 동안 단 한 걸음의 수사적 진척이나 추가 처분도 내놓지 않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보완수사 주체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빈번하게 발생해 왔으나, 이번 사례처럼 4년 동안 사건이 허공에 붕 뜬 채 방치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행정적 직무유기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사법 통제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공식적이고 법적인 절차다. 수사 기관 간의 공식 문서와 명령이 피드백 없이 수년간 표류했다는 사실은, 현재 구축되어 있는 검경 간 사건 관리 및 공조 모니터링 시스템에 치명적인 구멍이 뚫려 있음을 증명하는 명확한 증거이다.
3. 공소시효 만료 직전의 촌극: '한 달'을 남겨두고 벌어진 번개송치
경찰이 4년간 묵혀두었던 사건의 먼지를 털어내고 부랴부랴 재송치를 결정한 시점은 실소마저 자아내게 만든다. 해당 혐의인 방문판매법 위반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2021년 최초 범죄 사실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불과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에 이르러서야 경찰은 허겁지겁 사건을 처리해 검찰로 다시 넘겼다. 만약 공소시효가 그대로 지나갔다면, 피고소인의 혐의 유무를 불문하고 기소조차 해보지 못한 채 면소 처분으로 귀결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공소시효 직전 송치'는 수사 기관이 사법 정의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보다, 사건 방치로 인한 내부 문책과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면피성 처리를 시도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시효 만료 직전에 검찰로 넘어간 사건은 검사가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고 기소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절대적 시간 조차 박탈한다. 공소시효라는 사법적 기한이 범죄자에게 법적 면죄부를 주는 도구로 전락할 뻔했던 이번 촌극은, 국가 형벌권 행사의 신뢰도를 심각하게 추락시켰다.
4. 핑계가 된 시스템 개편: 전산망과 수사관 착오라는 비겁한 해명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경찰이 내놓은 해명은 더욱 궁색하다. 수서경찰서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개편 직후 발생한 전산상의 일시적 오류와 담당 수사관의 개인적 실수가 겹쳐 발생한 행정적 해프닝일 뿐, 어떠한 고의성도 없었다고 해명하였다. 즉, 시스템 전환기에 사건이 전산망에서 누락되면서 담당자가 이를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은 공권력의 책임을 도구와 개인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처사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은 수천만 명의 사법 권리를 다루는 국가의 핵심 인프라다. 시스템 개편 과정에서 미제 사건이나 보완수사 요구 사건이 누락되었다면 이는 국가 형사 시스템의 존립을 흔드는 중대 결함이다. 게다가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주기적인 미제 사건 점검이나 상급자의 지도·감독, 정기적인 사건 파일 대조 작업이 단 한 차례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는 뜻이기에, 이번 사태는 전산 오류라는 핑계 뒤에 숨겨진 경찰 조직 전체의 총체적 기강 해이를 방증할 뿐이다.
5. 수서경찰서의 즉각 감찰 방침: 면피용 조사를 넘어선 제도 개혁으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서울 수서경찰서는 해당 수사관에 대한 즉각적인 고강도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공무원 징계령에 근거해 경위 이하의 경찰관에 대해서는 소속 관서에서 내부 감찰을 진행하게 된다. 경찰은 이번 감찰을 통해 사건이 무려 4년 동안 캐비닛 속에 방치되고 장기 지연된 구체적 경위와 결재 라인의 직무유기 여부 등을 명백히 밝혀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감찰이 단순히 실무 담당 수사관 한 명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꼬리를 자르는 선에서 마무리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한 사건이 4년 넘게 방치되는 동안 수사 팀장, 과장, 서장에 이르는 지휘·감독 라인이 존재했음에도 아무런 스크리닝이 작동하지 않았다. 따라서 감찰의 칼날은 실무자뿐만 아니라 결재선 전체의 관리·감독 해태로 향해야 하며, 차후 유사 사태의 재발을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보완수사 요구 사건의 자동 알림 시스템 마련, 정기 수사 점검 의무화 등 근본적인 사법 행정 개혁 방안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