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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출판기념회의 사법적 경계: 서영교 의원 무혐의 처분과 제도의 사각지대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정가를 초과하는 돈 봉투가 오갔다는 의혹과 관련해 청탁금지법·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 고발 사건을 불송치(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경찰은 출판기념회가 저자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일 뿐 정치활동이 아니므로 수거된 금원을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대금이 서 의원에게 직접 귀속되거나 직무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서 의원은 정가 2만 5천 원을 웃도는 현금 봉투를 수거함에 받는 모습이 보도되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습니다.

1. 논란의 촉발과 고발 배경: 정가 초과 돈 봉투 수거와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출판기념회는 오랫동안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자금 조달의 통로이자 세 과시의 장으로 기능해 왔다. 이번에 사법당국의 심판대에 올랐던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출판기념회 논란 역시 이러한 관행적 정치 문화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서 의원은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개최하였다. 그러나 행사 과정에서 책 정가인 2만 5천 원을 현저히 초과하는 금액이 담긴 봉투들이 현금 수거함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생생하게 보도되면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야당이었던 개혁신당의 김정철 최고위원은 이러한 행태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하며 서 의원을 수사기관에 전격 고발하였다. 고발의 핵심 논지는 책값의 범위를 명백히 넘어서는 음성적 자금이 오가는 행위는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며, 더 나아가 국회의원의 직무와 연계된 뇌물수수 혐의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었다. 투명한 정치자금 관리를 명시한 현행법 체계 하에서 공식적인 영수증 발행 없이 거액의 현금이 수거되는 출판기념회 제도의 취약성을 정조준한 사법적 공방의 서막이었다.
2. 경찰의 사법적 판단 근거: "출판기념회는 정치활동이 아닌 축하의 자리"
사건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해 온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수개월간의 면밀한 취재와 법리 검토를 종합한 끝에 서영교 의원에 대해 불송치(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찰이 무혐의를 결정한 가장 핵심적인 법리적 근거는 출판기념회라는 행사 자체의 본질적 성격 규정에 있었다. 경찰은 "출판기념회는 저자의 출판을 순수하게 축하하기 위한 행사로서, 법이 규정하는 정치활동의 일환이 아니다"라는 전제를 명확히 공표하였다. 행사 주체가 국회의원일지라도 행사의 본질은 문학적·출판적 영역에 속한다는 정무적 해석이다.
이러한 해석에 기반하여 경찰은 당일 현장에서 책값 명목으로 수거된 금원 역시 국회의원의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된 자금이 아니므로, 이를 정치자금법상의 정치자금으로 의율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즉, 자금의 성격 자체가 정치자금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법 위반 여부를 따질 성질이 아니라는 논리다. 이는 그동안 정치권이 출판기념회를 활용해 온 논리를 사법기관이 그대로 인정한 꼴이 되어 법조계와 시민사회 안팎에서 심도 있는 토론을 유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3.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배척 이유: 귀속 주체의 불분명성과 직무 관련성 부재
경찰은 정치자금법 외에도 함께 고발된 뇌물수수 혐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촘촘한 방어 논리를 펼치며 무죄 취지의 판단을 공고히 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일 판매된 서적의 대금이 서영교 의원 개인의 계좌나 수입으로 직접 귀속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출판기념회의 회계 처리가 출판사나 별도의 행사 대행 주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국회의원이 직접 금품을 수수했다는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 곤란하다는 취지다.
아울러 형법상 뇌물죄나 청탁금지법이 성립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공직자의 직무 관련성 역시 입증되지 않았다. 경찰은 당일 현금 봉투를 전달한 참가자들과 서 의원의 의정 활동 사이에 어떠한 대가 관계나 직무적 연관성이 존재한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대가성을 증명할 만한 명확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정가보다 많은 금액이 오갔다는 현상만으로는 형사적 처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사법부의 신중한 기조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4. 제도적 사각지대와 해묵은 논란: 합법적 정치자금 세탁 창구라는 비판
이번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서영교 의원은 법적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으나, 이와 별개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를 둘러싼 제도적 사각지대 논란은 더욱 거세어질 전망이다. 시민사회와 정치개혁 전문가들은 출판기념회가 사실상 현행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우회하여 추적 불가능한 음성적 자금을 조달하는 '합법적 자금 세탁 창구'로 변질된 지 오래라고 강력히 비판해 왔다. 수거함에 들어가는 돈 봉투는 상한선 제한도 없고, 기부자의 신원 파악도 어려우며, 회계 보고의 의무조차 면제되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정가 2만 5천 원짜리 책을 사면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현금을 봉투에 담아 건네는 행위를 순수한 '출판 축하'로 받아들이기는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이해관계자들이 공직자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고액의 뭉칫돈을 건네는 문화가 온존하는 한, 출판기념회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향하는 현대 민주주의 정치자금 제도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사법부가 법문의 한계로 인해 무혐의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입법부가 나서서 이 해묵은 불투명성의 고리를 끊어내야 할 때이다.
5. 정치개혁을 위한 향후 과제: 출판기념회 투명성 강화를 위한 입법적 보완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의 취지를 살리고 무너진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출판기념회 제도의 근본적인 수술이 시급하다. 가장 먼저 도입되어야 할 조치는 수입과 지출의 투명한 공개 의무화이다. 정치인이 주최하는 출판기념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서적 판매 대금과 후원성 금원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신용카드나 영수증 발급이 가능한 결제 수단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익명의 현금 봉투 수거 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첫걸음이다.
더 나아가 프랑스나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처럼 선거일 전 일정 기간 동안은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개최 자체를 전면 금지하거나, 정가를 초과하여 수령한 금액은 전액 국가나 공익재단에 기부하도록 하는 강제 조항도 검토해 볼 만하다. 사법기관의 기계적 법 해석으로 인해 면죄부가 주어지는 일이 반복될수록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불신은 깊어질 뿐이다. 소수 정치인들의 특권으로 자리 잡은 음성적 후원금 모금 관행을 혁파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국회의 자정 노력과 법률 개정 작업이 조속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