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3일은 대한민국 경제 정책의 핵심 관계자에게 뜻깊은 하루로 기억될 것입니다.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의 박사학위 지도교수였던 피터 하윗(Peter Howitt, 79세) 미국 브라운대 교수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하 수석은 오랜 스승의 영광스러운 수상에 "아주 기쁘고 감사한 일"이라고 박수를 보내면서도, 이 수상이 현재 성장이 정체된 한국 경제에 던지는 시사점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진단을 함께 내놓았습니다.
하 수석과 하윗 교수의 인연은 무려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마친 하 수석이 2003년 브라운대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을 당시, 그의 논문을 지도한 스승이 바로 하윗 교수였습니다. 하 수석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브라운대는 학교가 좀 작은 편이라 더욱 자주 뵙고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고 회고하며, 하윗 교수를 "아주 훌륭한 인격자이자 친절하신 분"으로 기억했습니다. 졸업 후에도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많은 가르침을 받았으며, 아이디어를 가져가면 진지하게 토론도 함께 해주셨다고 전해 두 사람의 깊은 사제 관계를 짐작하게 합니다.
하윗 교수의 노벨상 수상 업적은 그의 학문적 궤적이 하 수석을 포함한 수많은 경제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윗 교수는 기술 혁신으로 인해 기존의 것이 파괴되고 새로운 것이 창조되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조지프 슘페터의 이론을, 1992년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필리프 아기옹(Philippe Aghion, 69세)과 함께 수학적 모델로 정립한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이 혁신적인 연구는 현대 경제학의 성장 이론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 수석이 하윗 교수의 제자로서 슘페터의 성장 이론을 깊이 탐구했음은 공동 연구 성과에서도 확인됩니다. 2007년에는 '화폐·신용·은행 저널(JMCB)'에 '생산성과 R&D의 추세에 대한 회계 분석: 준내생적 성장 이론에 대한 슘페터식 비판'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하윗 교수와 하 수석이 공동으로 발표했습니다. 이 공동 논문은 스승의 학문적 유산이 제자에게 고스란히 이어졌음을 증명하며, 하 수석이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수석으로서 어떤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은 하윗 교수의 성장 이론이 "지금도 상당히 유효하다"며, 한국 경제 상황과 연결하여 그의 이론을 조명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하 수석은 "지금 우리나라는 성장이 정체된 상황으로, 성장률을 되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현실을 진단했습니다.
하윗 교수의 창조적 파괴 이론의 핵심은, 혁신이 경제성장을 이끄는 근본적인 동력이라는 점입니다. 하 수석은 이 이론적 통찰을 정책적 관점에서 풀어내며, "어떻게 해야 기업 생태계가 살아날지, 혁신을 이뤄내고 이를 성장으로 연결할지 등에 많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해야 할 경제 정책의 방향성이 단순한 재정 투입을 넘어 자유롭고 역동적인 혁신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음을 시사합니다.
하준경 수석은 한국은행, 한국금융연구원 등을 거쳐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6월 새 정부의 초대 경제성장수석으로 발탁된, 중도 성향의 주류 경제학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적인 '경제 책사'로 꼽힙니다. 그의 스승이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함으로써, 하 수석이 정책에 반영하고자 하는 슘페터식 성장 전략이 더욱 큰 무게를 얻게 되었음은 자명합니다. 정체된 성장률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한국 경제에 하윗 교수의 창조적 파괴 이론이 어떠한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