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추석에도 꺼지지 않는 생명의 불꽃: 서울 베이비박스, 위기 영아들을 향한 무조건적 사랑과 보호 출산제의 그림자
목차
민족의 명절 추석 당일에도 서울 관악구 베이비박스(위기영아보호 상담지원센터)에는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이 시설은 위기에 처한 아이들의 생명을 일시적으로 보호하고, 그 부모들을 상담하는 생명 존중의 최전선입니다. 2019년부터 봉사를 이어온 마승희 봉사자와 두 번째 추석을 맞이한 최주연 상담사의 헌신적인 모습은, 2800명이 넘는 아이들을 구한 이 공간의 숭고한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보호출산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위기 임산부가 베이비박스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 공적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1. 명절에도 이어지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봉사: '네가 세계 최고야'의 마음
추석 당일인 6일, 베이비박스에서 만난 마승희(56) 봉사자는 아이를 향한 숭고한 마음가짐을 밝혔습니다. 그녀는 아이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무조건 아이들을 가슴 벅차게 안아줘요. 네가 세계 최고야, 사랑해, 귀해, 이런 마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요"라고 답하며, 조건 없는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마씨는 이날도 경기도 김포에서부터 2시간을 운전해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아이 돌봄 봉사를 위해 도착했습니다. 그녀는 "요즘 무조건적인 사랑이 없다고 느끼는데, 봉사는 아이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행위이니 봉사하면서 오히려 정화되는 느낌"이라고 말하며, 봉사가 곧 스스로에게도 위안이 됨을 털어놓았습니다. 이날 베이비박스에서 보호 중이던 아이는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신생아 한 명이었습니다.
2. 서울 베이비박스의 역할과 역사: 2천189명의 생명 보호
관악구에 위치한 이 베이비박스는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에서 운영하며, 단순히 아이를 맡아두는 공간을 넘어 종합적인 위기 영아 보호 및 상담 지원 센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맡겨진 아이들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동시에, 위기 상황에 놓인 부모들을 상담하여 아이를 다시 키울 수 있도록 돕거나 적절한 기관으로 연계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이곳에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것은 2009년 12월로, 그때부터 지난 7월 31일까지 2천189명에 달하는 아이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15년 가까이 수많은 위기 생명을 보호해온 이 시설의 역사적인 중요성과 사회적 기여도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3. 봉사자와 상담사의 헌신: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
어린아이를 돌보고 혹시 모를 상담에 대비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추석 당일에도 직원 두 명이 상주하며 자리를 지켰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베이비박스에서 일해 두 번째 추석을 맞았다는 최주연 상담사는 "시댁이 전라북도 정읍인데, 미리 내려가서 사흘 있다가 어제 돌아왔다"고 말하며 명절을 반납한 헌신을 담담히 이야기했습니다.
최씨는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근무하고 있다"고 직업적 소명의식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감사하게도 봉사하겠다고 연락 주시는 분들이 많아 봉사 대기자가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하며,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게 했습니다.

4. 고민과 희망: 아이의 진로와 '좋은 곳으로의 이동' 염원
베이비박스에서 일하는 이들은 아이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동시에,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최주연 상담사는 "일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아이의 진로"라며,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선택을 못 하지 않나. 어떤 방향이 아이에게 가장 행복하다는 정답은 없지만 신경 쓰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들은 아이가 하루빨리 안정된 가정 또는 시설로 옮겨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곳에서 봉사자와 선생님들 사랑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가정이나 시설과 달리 외부 자극이 전혀 없는 공간이라 아이가 빨리 좋은 곳으로 이동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는 고백은, 베이비박스의 일시적 보호라는 한계를 인식하고 아이의 발달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들의 마음을 잘 보여줍니다.
5. '보호출산제' 시행에도 여전한 베이비박스의 문두드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19일부터 위기 임산부가 가명으로 진료받고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를 시행했습니다. 이는 출산 사실을 숨기려는 위기 임산부를 공적 시스템 안으로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 시행 이후에도 베이비박스의 문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만 해도 23명의 아이가 베이비박스를 찾아왔으며, 이 중 아이 엄마가 병원 밖에서 출산한 비율이 약 26.1%로 상당히 높았습니다. 베이비박스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출생통보제는 많이 알려진 반면 보호출산제가 정확히 어떤 제도인지 잘 알려지지 않았고, "출산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병원이 아닌 곳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위기 상황에 있는 엄마들은 공적인 시스템에 부담감을 크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찾아오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제도의 홍보 부족과 더불어 위기 임산부들이 느끼는 사회적 압박감과 익명성에 대한 근본적인 요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