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스페인의 우호 관계가 역사적 의미가 깊은 장소에서 조각상으로 영원히 기억될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주스페인 대사관 라스팔마스 분관은 14일(현지시간) 한·스페인 수교 75주년을 기념하여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라스팔마스의 라루스항에 작가 유영호의 조각상 '그리팅맨' 제막식을 성대하게 개최하였습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예술 작품 설치를 넘어, 1970년대 고국의 경제발전을 돕기 위해 먼 이국에서 원양어업에 종사하다 희생된 한국인 선원 117명의 숭고한 피땀을 기린다는 깊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라스팔마스 라루스항은 1966년 한국 선박이 처음 도착하여 양국 국민 간 실질적 교류가 시작된 역사적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카나리아에서 피어난 두 나라의 우정의 싹이 더욱더 웅장하고 아름다운 나무로 자라나기를 희망하는 마음이 하나로 모인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티스토리 뷰
목차

피땀의 교차로에서 우정을 새기다: 한·스페인 수교 75주년 '그리팅맨' 제막식과 왕실의 성공 기원
라루스항에 새겨진 희생의 역사: 원양 선원의 피땀과 한국 경제 발전
라스팔마스의 라루스항은 한국 현대사의 가슴 아픈 성장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입니다. 1966년 한국수산개발공사 강화호 제601호가 도착한 이후, 수많은 한국인 선원들이 열악한 조업환경과 향수병을 견디며 원양어업에 종사했습니다. 당시 파견된 선원들은 1966년부터 1987년까지 외화가 극히 부족했던 고국에 막대한 금액인 8억 7천만 달러를 송금하며 한국 경제의 초석을 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헌신의 이면에는 슬픈 희생이 따랐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한 원양 선원 117명은 라스팔마스 선원묘역에 안치되었습니다.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한인 사회는 1979년 시립 묘지에 위령탑을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2002년에는 흩어져 있던 묘 117기를 위령탑이 있는 납골 묘지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고국으로의 이장 노력은 꾸준히 추진되어 현재 83기가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고문희 총영사는 개회사에서 "60년간 고국과 먼 낯선 땅에서 수많은 어려움과 도전에도 굴하지 않고 한국인이라는 자긍심과 정체성을 지켜온 동포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하며 이들의 헌신을 다시 한번 되새겼습니다. 동시에 어려운 시기에 따뜻하게 우리 동포를 맞아준 카나리아 시민에게도 감사를 전했습니다.
한·스페인 수교 75주년 기념 '그리팅맨' 설치 의미
설치 장소: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라스팔마스 라루스항
역사적 배경: 1966년 한국 선박이 최초 도착한 양국 교류의 시작점
조각상 의미: 1970년대 원양어업에 종사하다 희생된 한국 선원 117명의 노고 기림
작가 및 특징: 유영호 작가의 작품, 유럽 최초 설치
유럽 최초의 '그리팅맨': 오징어게임과 한류로 확장된 우정
이번 라스팔마스에 설치된 '그리팅맨'은 단순한 기념물을 넘어 한국의 현대 문화와 역사적 유대를 연결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합니다. 유영호 작가가 한국과 역사적 유대관계가 깊은 장소에 설치해 온 '그리팅맨' 조각상이 유럽에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작품이 세워진 라스팔마스는 임수석 대사의 축사에서 언급되었듯이 "한-스페인 두 나라 우호관계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알세모 페스타나 카나리아 중앙정부 대표, 알폰소 카베요 카나리아 주정부 대변인 등 현지 당국자와 한인 사회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여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스페인 현지 한류 팬들도 참석하여 '오징어게임' 캐릭터 복장을 하고 퍼포먼스를 벌이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이는 과거 선원들의 고통 속에서 맺어진 인연이 현대에 이르러 문화적 교류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역사적 기억과 현재의 문화적 공감대가 어우러져 양국 관계의 미래를 밝히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스페인 왕실의 답신: 최고위급 우호의 메시지와 성공 기원
이번 제막식의 권위와 의미를 더한 것은 스페인 왕실의 답신이었습니다. 박덕 카나리아관광추진위원회 대표 등 한인 사회는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을 행사에 초청했는데, 스페인 왕실은 이에 대한 서한을 보내왔습니다. 카밀로 비야리오 왕실 의전실장은 국왕을 대신하여 "국왕이 초대에 감사하며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을 적었습니다. 이는 한·스페인 수교 75주년 기념 행사에 대해 스페인 최고위층이 깊은 관심과 우호적인 태도를 표명한 것으로, 양국 관계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행위입니다.
라스팔마스의 '그리팅맨' 제막식은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자리를 넘어, 양국 간 끈끈한 연대를 공고히 하는 정치적, 문화적 행사로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희생과 노고의 현장이었던 카나리아 제도가 이제 양국 우정의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입니다. 이곳에서 시작된 우정의 싹이 양국 관계의 미래를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임 대사의 말처럼, 우정의 나무가 웅장하게 자라나 양국의 국민들에게 지속적인 교류와 번영의 결실을 맺어주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