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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 만의 개헌 불발과 정치적 평행선: 22대 국회 전반기 개헌 무산의 함의
2026년 5월 8일,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이 국민의힘의 불참과 필리버스터 예고로 인해 본회의 상정이 무산되며 최종 불발되었습니다. 여야 6당이 발의한 이번 개헌안은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전문 수록과 계엄 선포 시 국회 승인 절차 강화를 골자로 했으나, 의결정족수(재적 3분의 2) 부족으로 투표조차 성립되지 못했습니다. 여야는 무산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22대 국회 하반기에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재논의를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1. 멈춰버린 시계: 39년 만의 헌법 개정 시도와 좌절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개헌은 시대의 변화를 담아내는 가장 엄중한 과업입니다. 1987년 9차 개헌 이후 39년 동안 유지되어 온 현행 헌법 체제를 보완하고자 했던 이번 시도는, 끝내 정치권의 정쟁과 불신이라는 벽에 부딪혔습니다. 여야 6당이 발의한 개헌안은 부마 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전문에 새기고, 대통령의 계엄권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를 담았습니다. 그러나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숙의 과정의 미비와 정략적 의도를 이유로 반대하며 본회의장은 다시 한번 정막에 휩싸였습니다. 이는 2018년과 2020년에 이은 세 번째 투표 불성립으로 기록되며, 한국 정치가 헌법적 가치 합의조차 이뤄낼 수 없는 고착 상태에 빠졌음을 자인한 꼴이 되었습니다.
2. 협치 없는 개헌 추진: 절차적 정당성과 정략적 이해의 충돌
이번 개헌 무산의 일차적 배경에는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실종된 협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야권은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6·3 지방선거와의 동시 투표를 추진하며 속도를 냈으나, 여당은 이를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는 밀아붙이기식 입법이라 비판하며 맞섰습니다. 학계에서는 여야 모두에 비판의 화살을 돌리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숙의 없이 강행하려 했던 야당과,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국민의 투표권 자체를 박탈한 여당 모두가 헌법 개정자로서의 책무를 방기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헌법개정자문위원회의 여론조사만을 근거로 삼은 방식은 '밀실 타협'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3. 22대 국회 후반기의 과제: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난제
비록 전반기 개헌은 무산되었으나, 정치권은 하반기 국회에서의 재논의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국민의힘은 헌법 전문 수록을 넘어 대통령 단임제 혹은 중임제 논의를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을 포괄하는 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으나, 구체적인 권력 분점 방식을 두고 여야의 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특히 여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단축이나 연임 여부 등 민감한 사안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높아, 차기 국회의장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4. 국민 투표권의 소외와 전문가들의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 정치가 '정치력의 실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합니다. 한상희 교수는 "한 정파의 반대로 표결조차 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국민의 의사가 중앙 정치권의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된 상황을 꼬집었습니다. 이인호 교수 역시 타협과 양보가 사라진 현 정치 지형에서 개헌이라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가 성사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국민이 직접 국가의 기본 틀을 결정할 수 있는 국민 투표의 기회가 정치권의 대립으로 무산된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5. 향후 전망: 2028년 총선 전 국민투표 성사 가능성
앞으로의 길도 험난합니다. 만약 여야가 하반기에 합의안을 도출하더라도, 2028년 23대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선거의 공백기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개헌안만을 단독으로 국민투표에 부칠 경우, 투표율이 과반(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을 넘기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즉, 정치적 합의뿐만 아니라 국민적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범국민적 공론화 과정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개헌은 영원히 평행선을 달리는 논의에 그칠 수 있습니다. 결국 22대 국회가 개헌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쟁을 멈추고 헌법적 가치를 최우선에 두는 대타협의 정신을 복원해야만 합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근간이자 국가의 미래를 담는 그릇입니다. 2026년 5월 8일 목도한 개헌안 상정 무산은 단순히 정당 간의 승패를 넘어, 우리 정치가 시대적 요구를 수용할 능력이 있는지를 묻는 아픈 자화상과 같습니다. 5·18 정신의 계엄 통제라는 가치 있는 의제들이 정쟁에 묻히지 않도록, 국회 하반기에는 부디 '자신들만의 리그'가 아닌 국민을 위한 합의가 도출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