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초갑부들의 금빛 엑소더스, "동방의 제네바"에 숨겨진 속사정

by 비아무기 2025. 6. 6.
반응형

초갑부들의 금빛 엑소더스, 싱가포르로 몰리는 이유는? "동방의 제네바"에 숨겨진 속사정

 

 


최근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마치 금을 찾아 몰려드는 철새 떼처럼, 전 세계 초갑부들이 금덩이를 품에 안고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는 소식이다.

'초갑부'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한 무게감처럼, 이들의 행보는 단순한 유행이나 변덕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배경이 심오하다. 과연 이들은 왜 금을 들고 싱가포르로 향하는 것일까? 혹시 싱가포르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도 숨겨져 있는 걸까?

불안한 시대, 금(Gold)을 향한 갈망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초부유층의 금 사랑은 단순한 애착 수준을 넘어선 '갈망'에 가깝다. 싱가포르 공항 인근에 위치한 6층 규모의 거대한 금고, '더 리저브(The Reserve)'의 설립자 그레고르 그레거슨은 흥미로운 사실을 전했다. 올해 초부터 4월까지 금과 은 보관 주문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88%나 폭증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보관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골드바와 실버바 판매량 역시 작년 대비 200%나 급증하며, 초부유층의 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온 갈증을 해소하듯, 그들은 금을 사들이고 안전한 곳에 보관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하다.

그레거슨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고액 자산가들이 '관세, 세계 변화, 지정학적 불안정성'이라는 복잡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예측 불가능한 경제 상황 속에서, 금은 그들에게 일종의 '보험'과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싱가포르처럼 정치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국가에 실물 금을 보관하는 것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비책이라고 믿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신규 주문의 90%가 싱가포르 외부에서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초갑부들이 싱가포르를 '금의 성지'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디지털 세상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위기의 순간에는 '만져지는' 실물 자산, 특히 금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는 것을 그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동방의 제네바', 싱가포르의 매력

그렇다면 수많은 국가 중에서 왜 하필 싱가포르일까? CNBC는 싱가포르를 '동방의 제네바'라고 칭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정치적, 경제적 안정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제네바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도시로, 오랜 역사를 통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며 안전 자산의 보관처로 명성을 떨쳐왔다. 싱가포르는 이러한 제네바의 이미지를 동아시아에서 구축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는 듯하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법치주의와 투명한 경제 시스템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 동남아시아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싱가포르는 초부유층에게 매력적인 피난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금 거래 시장의 새로운 도전, 아박스 거래소

싱가포르는 단순히 금을 보관하는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국제 금 거래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아박스 상품거래소(Abaxx Exchange)는 런던과 뉴욕 거래소가 장악하고 있는 국제 금 거래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박스 거래소는 다음 달부터 실물 금 거래를 본격적으로 운용할 예정이다. 이는 싱가포르가 단순히 금을 보관하는 '금고'에서 벗어나, 금 거래의 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움직임이다. 아박스 거래소의 성공 여부에 따라, 국제 금 거래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값 상승, 불안한 시대의 자화상

최근 금값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중 무역 긴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 끊이지 않는 국제 정세 불안과 미국 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겹치면서, 안전 자산인 금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33% 가까이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금을 단순히 투자 상품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초부유층에게 금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금은 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 수단이자, 국가 간 분쟁이나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자산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수행한다. 금에 대한 초부유층의 뜨거운 관심은, 불안한 시대의 자화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듯하다.

금빛 엑소더스는 계속될 것인가?

초갑부들의 금을 향한 사랑은 단순한 투자 트렌드를 넘어, 불안정한 시대에 대한 깊은 고뇌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싱가포르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며, 안전 자산 보관처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과연 초갑부들의 금빛 엑소더스는 앞으로도 계속될까? 국제 정세가 불안정하고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금은 여전히 안전 자산으로서의 매력을 잃지 않을 것이다. 싱가포르 역시 '동방의 제네바'를 넘어, 국제 금 거래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결국, 초갑부들의 금빛 엑소더스는 단순한 현상을 넘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움직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들의 선택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불확실한 시대, 우리는 무엇을 믿고 어디에 의지해야 할까? 어쩌면 그 해답은, 찬란하게 빛나는 금덩이 속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