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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의 역설과 권력의 복귀: 하마스의 가자시티 통제 재확인과 전후 거버넌스 구상의 좌절
휴전 이튿날, 하마스의 동원령과 가자지구 통제권 재확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휴전 합의 1단계가 발효된 지 이틀째, 가자지구의 정치적 지형은 급박하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이 부분적으로 철수한 직후, 하마스는 가자시티를 비롯한 핵심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재확인하고 무장 대원들을 대규모로 소집하는 강력한 행동에 나섰습니다. BBC 방송에 따르면 하마스는 약 7천 명에 달하는 대원들을 소집했으며, 이는 하마스가 군사적 역량뿐만 아니라 행정적 통제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명확히 선언하는 것입니다.
소집된 대원들은 가자지구 경찰복을 입거나 민간인 복장을 한 채 여러 지역에 배치되었으며, 목격자와 영상 자료를 통해 소총을 들고 복면을 착용한 남성들이 차량을 검사하는 등 치안 및 검문 활동을 벌이는 모습이 확인되었습니다. 하마스 내무부는 경찰력이 가자지구 전역에 배치될 것이라 공언하며 통치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하마스가 모두 군사 활동 경력이 있는 새로운 지역 수장 5명을 임명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하마스가 전후 재건 과정에서 군사적 경험을 가진 인물들을 통해 통치 체제의 결속력과 전시 동원 능력을 동시에 유지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반영합니다.
권력 공고화의 명분: '무법자와 협력자로부터의 정화'
하마스는 대원 소집 메시지를 통해 자신들의 행동을 "우리는 가자지구를 무법자와 이스라엘 협력자로부터 정화하는 국가적, 종교적 의무의 소명에 응해 총동원을 선언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 문구는 하마스의 정치적 목표와 통제 방식에 대한 섬뜩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는 단순히 공공 질서를 회복한다는 차원을 넘어, 하마스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이스라엘과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모든 잠재적 내부 반대 세력에 대한 숙청을 암시하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이러한 선언적 행동은 가자지구 내부에서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서 일했던 전직 보안 관리가 "하마스는 바뀌지 않았다"며 "그들은 여전히 무기와 폭력만이 생존 수단이라고 믿는다"고 비판한 것은, 하마스가 권력 공백을 이용하여 정적(政敵) 숙청 및 통치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위협을 지적합니다. 수만 명의 주민들이 하마스 대원들이 감독하는 가자시티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은, 하마스가 주민들에게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회적 통제를 빠르게 복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휴전 합의가 인도주의적 재앙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동시에 하마스에게 권력을 재편할 수 있는 전략적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국제 구상과의 정면 충돌: '외국 후견 거부' 선언
하마스의 이러한 통제 재확인은 전후 가자지구 통치 구상을 둘러싼 국제적인 논의,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2단계 평화 구상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함께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서 하마스를 배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합니다. 그러나 하마스와 다른 무장 정파들은 단호한 성명을 통해 "어떤 외국 후견도 단호히 거부하며 가자지구의 통치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내부 문제"임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강경한 입장은 가자지구의 미래를 둘러싼 외교적 불확실성을 극도로 증폭시킵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완전한 해체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하마스는 스스로를 가자지구의 합법적인 통치 주체이자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으로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무력 시위는 전후 거버넌스를 국제 사회의 개입 없이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결연한 메시지이며, 이는 중동 평화 프로세스가 해결해야 할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숙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존재가 전후 계획의 출발선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BBC 방송의 지적은 현실의 엄중함을 반영합니다.
인질 교환의 이면: 협상 난항과 정치범의 그림자
한편, 휴전 합의 1단계의 핵심인 인질 및 수감자 교환은 시한(13일 정오, 72시간)이 다가오면서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마스가 생존 인질을 모두 풀어주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풀어줘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이미 석방 대상 수감자 약 250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이들을 교도소로 이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긴장의 끈은 놓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마스가 요구해온 고위급 수감자 7명, 특히 팔레스타인 내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마르완 바르구티와 아흐마드 사다트 등이 초기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협상의 난항을 예고합니다. 하마스는 인도주의적 목적뿐만 아니라,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주요 인물들을 석방시킴으로써 팔레스타인 내부의 지지를 결집하고 대외적 위상을 높이려는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고위급 수감자의 명단 제외는 향후 추가 협상의 가장 큰 쟁점으로 남아 휴전의 지속 가능성에 지속적인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론: 피할 수 없는 통치권 투쟁과 영구적 평화의 모색
가자지구 휴전 합의는 일시적인 평화와 인질 석방이라는 인도주의적 성과를 가져왔지만, 그 이면에는 통치권을 둘러싼 치열한 투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무장 대원 소집과 지역 통제 재확인은 외부의 개입을 단호히 거부하고 자력으로 가자지구의 미래를 결정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전후 구상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모든 재건 계획은 근본적인 장애물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가자지구의 미래는 하마스 무장 해제와 팔레스타인 내부 통치 세력의 합의 도출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난제를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인질 교환의 성공 여부가 단기적인 휴전 지속의 척도가 된다면, 하마스가 내부적으로 얼마나 강력한 통제를 확립하는지는 가자지구의 장기적인 운명을 결정할 것입니다. 국제 사회는 이 복잡한 역설의 무대에서 영구적 평화와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할지 더욱 깊고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무력을 통한 임시적인 휴전은 영원한 평화의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