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3일, 대한민국 금융 시장이 미국발 대외 불확실성에 크게 요동쳤습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한때 1,434.0원까지 치솟으며, 지난 5월 2일(1,440.0원)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환율 급등세는 미·중 무역 갈등의 재점화와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지속이라는 이중 악재가 위험회피 심리를 극도로 고조시킨 결과로 분석됩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보다 9.0원 오른 1,430.0원으로 출발했습니다. 불과 오전 9시 27분 현재에도 7.6원 오른 1,428.6원을 기록하는 등 시장의 불안감은 진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비록 장 초반 최고점인 1,434.0원을 찍은 후 상승 폭을 다소 줄여 1,420원대 중후반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1,430원대의 문턱을 다시 밟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내 경제 주체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지수 역시 미·중 무역갈등 우려를 반영하며 급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전 거래일 대비 60.52포인트(1.68%) 내린 3,550.08에 개장했고, 코스닥 또한 13.73포인트(1.60%) 하락한 845.76에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코스피는 1% 넘게 하락하며 3,500선으로 밀려났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증시 하락을 주도했습니다. 원화 약세와 증시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위험회피 국면이 펼쳐진 것입니다.
환율 급등과 증시 급락을 초래한 가장 큰 요인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다시 한번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입니다. 갈등의 도화선은 중국이 핵심 광물인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한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겠다는 초강수로 맞대응했습니다.
100% 관세 부과 예고는 미국이 관세 전쟁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글로벌 무역 환경에 매우 큰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희토류는 첨단 산업의 핵심 원료인 만큼, 중국의 수출 통제는 전 세계 공급망에 심각한 교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양대 경제 대국의 정면 충돌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겨 달러 강세를 유발하고, 원화 가치를 급격히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매우 존경받는 시(시진핑) 주석이 잠시 안 좋은 순간을 겪었을 뿐"이라며, "그는 자기 나라가 불황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상반된 메시지는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한편,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고도의 전략으로도 해석됩니다. 미·중 갈등의 향후 전개 방향에 따라 금융 시장의 변동성은 극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중 무역 갈등 외에도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지난 1일부터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위험회피 심리를 부추기는 주요 악재입니다. 정부 기능의 일부 마비는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며, 이는 곧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정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겹악재 속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의 가치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018 수준을 기록하며 높은 레벨을 지키고 있습니다. 달러 강세는 원화뿐만 아니라 다른 통화들에도 압력을 가하는 요인입니다. 한편, 엔/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60% 내린 151.931엔을 기록하여, 엔화의 약세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엔화 약세의 지속은 원/엔 재정환율에도 영향을 미쳐, 100엔당 940.31원으로 전 거래일 기준가(929.64원)보다 10.67원 상승했습니다. 이는 엔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가 하락했음을 의미하며, 일본 여행객이나 엔화 표시 부채를 가진 주체들에게는 환전 부담이 가중됨을 뜻합니다.
2025년 10월 13일 주요 금융 지표 변동 (장 초반 기준)
- 원/달러 환율: 1,434.0원 (장중 최고, 5개월만 최고치)
- 코스피 지수: 3,550.08 (1.68% 하락)
- 코스닥 지수: 845.76 (1.60% 하락)
- 달러인덱스: 99.018 수준
- 원/엔 재정환율(100엔당): 940.31원 (전일 대비 10.67원 상승)
KB국민은행 이민혁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금융 시장의 불안정에 대해 "미·중 발 위험회피가 단발성에 그친다면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발언은 단기적인 심리적 요인에 의한 변동성 확대일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지속적인 불안정이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관세 부과 예고와 유화적인 발언을 동시에 내놓는 복잡한 행보를 보이는 만큼, 투자자들은 미국과 중국 양국 간의 실질적인 정책 결정과 협상 테이블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원/달러 환율 1,430원대의 재진입은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수입 물가 상승과 기업들의 환 리스크 확대라는 실질적인 위협을 초래합니다. 미·중 갈등의 단기적 해소가 어렵다면, 정부와 금융 당국은 환율 안정화를 위한 선제적이고 과감한 조치를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